200. 8. 3. 화.
오전에 날씨가 흐려서 밭에 가서 밀린 일을 했다.
고추가 2그루 말라죽었고 고구마줄기는 더욱 무성해졌다.
옥수수는 익지 않은 작은 열매를 조금 달고 있었지만
왠지 쇠해보이는 것 같았다.
감자도 잎이 다 쓰러져있어서 캐어보니
탁구공만한 감자 4알이 딸려나왔다.
시험삼아서 당근과 고구마를 한뿌리씩 캐어보니
당근은 마치 땅딸보 오렌지인삼(?)같았고
고구마는 실뿌리가 수염처럼 엄청 많았다.
우리가 사먹는 근채류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랐다.
근채류들이 실하게 열리기 위해서는 좀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듯 하다.
2010. 8. 9. 월.
어제 저녁 집안에 매미가 들어와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방충망이 바람에 밀려 열린 틈으로 매미한마리가 들어와
거실등 사이에 매달려 울어댔다.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우리 집 거실이 갑자기 숲속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재미있어하면서도
저 매미를 어떻게 안전하게 내보내야할지 궁리했다.
희서가 "참매미"다 하고 말했다.
애들아빠도 "크기가 작고 날개가 투명한게 참매미같네~"라고 했다.
맴맴~ 하면서 정말 매미처럼 울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잠자리채로 매미를 잡아서
밖에 나가서 놓아주었다.
희서가 "매미는 땅 속에 오랫동안 있다가 아주 짧은 동안만 매미로 산다"며
불쌍하다고 죽게 될까봐 걱정했었는데
무사히 놓아주었다고 즐거워했었다.
현서도 덩달아 신나했고 남편도 즐거워하는 눈치였었다.
엄마도 매미가 우리집 거실까지 납시어서 울어준 일이 자꾸 생각났다.
2010. 8. 13. 금.
지난 8월 3일 밭에 가보고는
그 동안은 비도 오락가락하고 바쁘기도 하여
밭에 전혀 가지 못했었다.
오후에 허브모기기피제를 온 몸에 뿌리고
텃밭으로 향했다.
모기기피제에도 불구하고 혈기왕성한 모기들에게 헌혈을 하면서
주말에 서울가서 어머니께 드릴
고추며 가지 고구마줄기를 수확했다.
앞집 아주머니도 두 주만에 오셨다며 옥수수를 나누어주셨다.
여름밭은 그야말로 풀로 장관이었다.
풀들이 하도 많아서
우리 밭에서 풀을 키우고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풀을 뽑아서 뿌리도 살펴보고 전체 모양을 유심히 보았다.
풀들도 그 생김새들이 참으로 다양했다.
그래도 우리 밭은 풀들이 바닥에 가득한데
다른 밭들은 사람키만큼 자라난 곳도 있었다.
우리 밭이후로 산쪽으로는 길도 풀에 가려져 없어져버렸다.
정글이 바로 이곳이구나...
혹시 저 풀을 헤치고 호랑이가 나오지는 않을까했다는...^^
호박벌 한마리가 유유히 지나갔고
우리밭에 새로운 손님... 커다란 거미한마리가
지영이네 밭의 지주와 우리밭 고추사이에
거대한 거미줄 장막을 치고 있었다.
호박벌이 저 거미줄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2010. 8. 21. 토.
방학동안 희서와 호박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시작은 우리 텃밭에 나타난 호박벌이 발단이었지만
작년 여름부터 읽기 시작한 파브르곤충기의 감성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인터넷기사검색에서 보니 경북'예천'에서 호박벌을 사육하고
농가에 화분매개곤충으로 분양한다고 한다.
그냥 한 종류의 벌이겠거니 했었는데...
자연의 창조물은 모두 그 의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과제를 위해서는
아이들과 예천에 있는 곤충연구소를 찾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 8. 22. 일.
예천이라고 해서 안동에 가까운 곳이겠거니 했는데
곤충연구소는 풍기IC로 나가서 단양과 경계를 둔 산골짜기에 있었다.
풍기IC로 빠져나와서 소백산자락 산골을 구비구비 올라가면서보니
이곳에는 '과수원'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분매개를 위한 호박벌들이 많이 필요하겠구나~
나무들이 어찌나 푸르른지 감탄을 했다는...
사과체험을 하는 농장들이 간혹 보였다.
"경상북도에서 지역의 명품인 사과의 안정적인 결실확보와
고품질 생산을 위해 경북대학교에 의뢰한 연구결과
상리면 고항리 지역이 화분매개곤충의 최적지로 분석"되어
폐교(은계초등고항분교)이었던 이곳에 곤충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곤충연구소에서 곤충표본들을 보고
3층 곤충자연관에 사육되는 호박벌을 보았다.
아이들은 나비표본에 깊이 매료된 듯했다.
엄마는 '오리엔탈리스대왕꽃무지'에 완전 반해버렸다.
3층에서 이어지는 외부의 곤충정원에서 벌새를 보았다.
신기해서 한참을 쫓아다녔다.
2010. 8. 25. 수.
아침에 희서 등교하면서 현서와 밭에 갔다.
지난 13일에 가고 처음 가는 텃밭...
허걱~ 우리 밭도 정글이 다 되었다.
현서가 노동요를 불러주고 엄마는 풀밭을 매었다는...
돌아오는 길에 9단지 놀이터에서 현서가 그네한판 뛰고
집에 오니 오전 11시...
아점을 먹고 둘다 기진맥진 쓰러져서 한시간을 누워있었다.^^


2010. 8. 30. 월.
오늘 알라딘에서 주문한
'붕붕 호박벌의 한살이(에이프럴 풀리 세이어 글/ 비룡소)
파브르곤충기1 (김진일 옮김/현암사)를 받았다.
그 동안은 어린이용 요약본 파브르곤충기를 보았는데
앞으로는 현암사에서 완역된 파브르곤충기를 제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희서가 새로온 책 '붕붕호박벌의 한살이'를 보자마자
열심히 읽었다.
새벽에 희서가 잠꼬대를 심하게 해서 잠에서 깼다.
"저리가~ 저리까~"라고 하길래
"희서야 왜 그래~?"했더니
"봄에 알에서 깨어난 호박벌들이 커다랗게 자라서
희서에게 전부 날아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ㅋㅋㅋ
우리들의 호박벌은 희서의 꿈에서도 출현을 하는구나~
2010. 8. 31. 화.
희서 등교시키면서 현서와 텃밭에 갔다.
그동안 고추가 빨갛게 많이 익었고 풀도 많이 자라나 있었다.
고추나무를 정리하고 풀을 대충 베어냈다.
이곳에 가을 무와 배추를 심으면 된다는데
좀더 자주 와서 풀을 뽑아내야할 것 같다.


요즘 며칠 저녁먹고 나서는 바람이 솔솔불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우리 집 베란다 화분 사이에서
귀뚜라미도 울어대서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아이들은 귀뚜라미소리가 날때마다 귀를 쫑긋세우고 들었다.^^
마을모임지원다니시느라 바쁘시죠...^^
저는 아이들과 유유자적하는 즐거움에 빠져삽니다.^^
세심한 사랑이라기보다는 기록의 묘미겠지요.
아이들과의 일기를 쓰면서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막연하게 걱정하면서 휘둘리지 않게 되지요.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썩 잘해주지도 못합니다.
육아일기를 쓰면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실질적인 부분을 반성하게 되고
자세한 부분에서 계획을 세우기가 좋더군요.^^
아이들과 한 두가지의 계획을 세운 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의견을 묻고
아이가 하자고 하는 것을 그냥 함께 해나가면 되니까
특별한 기술도 필요없네요.^^
지난 주 일요일에 아이들과 남편이 자는 사이에 텃밭에 가서
가을 배추와 무를 심을 자리를 다듬고는 아직 텃밭에 못갔어요.
현서가 감기에 걸려서 열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느라고요.
이번 감기는 고열이 정말 심하네요.
올 한해는 텃밭체험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생산자분들의 노고를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자연의 산물을 허트로 보지않게 되었지요.
티끌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퀼트(QUILT) 


아이들과 방학생활을 즐기시느라 바쁘셨군요~
텃밭에서 호박벌로 곤충연구소에서 책까지...
그동안 저는 아이에게 말로만 떠들어댄 것 같습니다.
자연을 보호해라, 책 좀 읽어라...
항상 감탄하지만
아이에 대한 세심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해요~